카이트소식

[이슈기업 탐방] 케이블이 사라진 로봇·XR 시대를 겨냥하다… 와이젯, 프리시리즈B 50억 유치하며 '양산 카운트다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6/06/26 (10:48)
조회수
13
 
- 60GHz mmWave 무선 칩셋으로 '제로 레이턴시' 구현
- CES 2025·2026 연속 단독부스로 110개사 방문… "글로벌 무대가 먼저 알아본 와이젯"
- 누적 투자 140억 — "기술 검증은 끝, 남은 건 양산"
 
 
와이젯은 2025년 CES에서 처음 단독 부스를 꾸린 이래 2026년까지 2년 연속 참가했고, 2027년 CES 참가도 예정하고 있다. 매년 글로벌 무대에 발자국을 남기며 'Zero-Delay 무선' 기술의 존재감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 제공 - 와이젯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병목이 떠올랐다. 로봇과 자율주행차, 확장현실(XR) 기기가 스스로 보고 판단해 움직이려면 막대한 영상·데이터를 끊김 없이, 그것도 지연 없이 주고받아야 한다. 그러나 케이블은 회전·탈착·공간의 물리적 제약에 부딪히고, 와이파이는 압축과 지연으로 한계를 드러낸다. 이 빈틈을 60GHz 밀리미터파(mmWave) 무선 칩셋으로 파고드는 곳이 ㈜와이젯(WiseJet, 대표 박철순)이다.
 
201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출신인 박철순 대표가 설립한 와이젯은 무면허 초고주파 대역인 60GHz를 활용해, 기존 유선 커넥터와 케이블을 무선으로 대체하는 칩셋을 개발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AI가 현실 세계로 내려오는 시대에, 그 연결을 '무선'으로 실현한다"는 것이다.
 
 
"기술 위험은 걷어냈다" - 투자·전시 모멘텀이 말하는 신뢰
 
와이젯은 지난 6월 프리시리즈B 라운드에서 50억 원을 유치했다. 이에스인베스터를 비롯해 에코프로파트너스, 뮤어우즈벤처스, NBH캐피탈, D&D 등 5곳이 참여했다. 이로써 와이젯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140억 원에 이른다. 앞서 2023년 3월 시리즈A에서는 L&S벤처캐피탈, 대덕벤처파트너스, 대성창업투자, 신한캐피탈,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48억 원을 확보한 바 있다.
 
이번 자금은 양산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에 쓰인다. 근접 무선 커넥터 칩 'WC6'의 양산 준비, 영상 전송 칩 'WV6'의 주문형반도체(ASIC) 전환 작업, 그리고 연구 인력 증원이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2종 칩의 양산 본격화를 목표로 두되, 2028년 기술특례상장까지의 로드맵을 후속 라운드와 함께 그려가는 구도다.
 
투자 라운드와 별개로, 와이젯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노출을 꾸준히 쌓아왔다. CES 2025에서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단독 부스를 통해 로봇 관절 무선화 솔루션과 8K/60Hz 무선 영상 전송 기술을 공개해 110개 이상 기업의 방문을 이끌었고, 이 중 50여 개 글로벌 로봇·가전 업체가 후속 상담에 나섰다. 이어 CES 2026에서는 디스플레이포트(DP) 영상을 10m 거리에서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시연하며, CES 2027도 LVCC Hall에 부스가 마련되어 3년 연속 참가를 이어간다. 하반기에는 도쿄 IT 전시회 참가도 예정돼 있다.
 
요컨대 와이젯의 현 단계는 "기술이 될지 안 될지"를 검증하는 국면이 아니라, 검증을 마친 기술을 양산이라는 자본 집약적 단계로 넘기는 국면이다. 영상 전송 칩 WV6는 이미 FPGA(프로그래머블 반도체) 기반으로 개발을 완료했고, ASIC 전환만을 앞두고 있다. 기술 불확실성보다 실행과 양산의 문제가 남았다는 의미다.
 
 
 
와이젯의 근접 무선 커넥터 칩 'WC6'의 eDP 적용 시제품(WC6-AiP-eDPv0.1). 케이블이 꽂히던 커넥터 자리를 무선 모듈이 대체한다. | 제공 - 와이젯
 
 
'커넥터'를 지운 WC6, '지연'을 지운 WV6 - 케이블 없는 세상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
 
와이젯의 무선 전송 분야 핵심 무기는 두 개의 칩이다. 하나는 케이블이 꽂히던 '자리'를 없애고, 다른 하나는 무선의 고질병이던 '지연'을 없앤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역할이 전혀 다르다.
 
WC6: 케이블 없는 '무선 커넥터'. WC6(Wireless Connector)는 케이블 자체가 아니라, 케이블이 꽂히는 커넥터를 통째로 무선화한 칩이다. 두 기기를 수십 mm 거리에 가까이 대기만 하면 10Gbps 속도로 데이터가 흐른다. 경쟁사들이 최대 속도가 6Gbps인 것에 비하여 2배 가까운 속도를 보이며, 이는 영상 전송 기준이 8Gbps, 10 Gbps 인 것을 감안하면, 영상으로의 응용 가능성 여부가 갈라지는 기준이다. 추가로, 지연 시간 7나노초(ns) — 1나노초는 10억 분의 1초다.
 
빛이 2m 남짓 나아가는 시간에 불과해, 사용자는 무선인지 유선인지 체감조차 할 수 없다. 물리적 접점이 사라지니 마모도, 접촉 불량도, 오염도 없다. 360도로 끝없이 도는 로봇 관절, 포고핀을 일일이 갖다 대던 디스플레이 검사 공정처럼 '닿아야만 작동하던' 영역을 '닿지 않아도 되는' 영역으로 바꾼다.
 
WV6: 끊김도 압축도 없는 '무선 영상'. WV6(Wireless Video)는 최대 10m 거리에서 4K·8K급 초고화질 영상을 1ms 이하의 지연으로 쏘는 영상 스트리밍 칩이다. 차별점은 '완전 무압축'이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TV에 미러링할 때 끊기고 화질이 뭉개지는 이유는, 와이파이가 영상을 압축해 보내기 때문이다. WV6는 영상을 압축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 보내 화질 손실이 없고, 빔포밍 기술로 장애물을 피하고 간섭을 차단해 데이터가 밀려도 흔들리지 않는다. 초고화질 영상을 압축 없이 무선으로 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기술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ES에서 선보인 8K/60Hz 무선 전송과 디스플레이포트(DP) 영상 무선 전송이 모두 이 계열이다.
 
이 '지연 없음(제로 레이턴시)'이 왜 결정적인가. 사람은 0.1초만 넘어가도 화면의 늦음을 느낀다. 게임 유저에게는 승패를, 자율주행차에는 교통 상황을 읽고 반응하는 찰나를, 로봇 수술에서는 메스가 정확히 닿는 지점을 가른다. 한 박자만 늦어도 곧 위험이 되는 영역에서, 지연을 사실상 0으로 만든 무선 영상 전송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 된다.
 
 
 
WC6 핵심 사양. 10Gbps 처리속도, 7나노초 이하의 제로 레이턴시, 0.01~30cm 근접 동작, 150mW 저전력, 4.6×4.8mm 초소형, RF 간섭 없는 멀티레인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 제공 - 와이젯
 
 
"멀티레인과 원칩, 동시에" - 와이젯이 내세우는 차별점
 
무선이 케이블을 대체한다는 비전 자체는 새롭지 않다. 와이기그(WiGig)·와이어리스HD 같은 표준은 십수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상용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와이젯이 과거 무선 표준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제로 레이턴시 완전 무압축 전송이다. 기존 무선 미러링이 데이터를 압축해 보내면서 화질 저하와 끊김을 일으키는 반면, 와이젯은 영상을 무압축으로 전송해 지연을 사실상 없앴다. 회사 측이 제시한 비교 자료에 따르면, 와이기그 방식의 영상 지연이 21ms 수준인 데 비해 와이젯은 이를 제로에 가깝게 줄였다. 회사 측은 동일 대역 경쟁사로 퀄컴·페라소(20ms대), 사이빔(5ms)을 들며 자사 영상 칩이 수치상 앞선다고 설명한다.1
 
둘째는 '멀티레인(Multi-lane)'이다. 대부분의 경쟁 제품은 RF 간섭 문제로 단일 채널(1×1)에 머문다. 와이젯은 독자 개발한 빔포밍 기반 간섭 차단 기술로 4·8·16레인 등 멀티레인을 구현했고, 최대 180Gbps의 유효 전송속도를 확보했다고 밝힌다. 회사 측은 "10Gbps 멀티레인과 원칩 솔루션을 동시에 구현한 기업은 현재 와이젯이 유일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 같은 비교 수치는 회사가 제시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실제 양산 제품 기준의 제3자 검증은 진행 중인 단계다.
 
셋째는 타이밍이다. 무선 영상 전송이 '있으면 좋은' 기능이던 2010년대와 달리,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인식해 반응해야 하는 지금은 초저지연·고신뢰 무선 전송이 '없으면 안 되는' 인프라가 됐다.
 
 
 
박철순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부스를 찾은 글로벌 바이어에게 무선 영상 전송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 제공 - 와이젯
 
 
"선택이 아니라 필연"… 박철순 대표가 그리는 양산 너머
 
직접 만난 박철순 대표는 와이젯의 기술이 '있으면 좋은' 옵션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선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분야가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대형 LED 사이니지예요." 박 대표는 "수많은 패널을 케이블로 일일이 잇는 대신 무선 모듈로 바꾸면 설치가 훨씬 자유로워지는데, 결정적으로 기존 케이블과 단가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선이 더 비싸다는 통념이 깨지는 순간, 채택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값이 같다면 굳이 케이블을 고집할 이유가 없죠. LED는 무조건 이쪽으로 옵니다."
 
응용 분야를 묻자 그는 의료 현장을 먼저 꺼냈다. "로봇 수술실에는 케이블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걸 무선으로 바꾸면 선이 줄어 오염 위험이 낮아져요. 수술 중 화면을 보며 절개할 때 영상이 한 박자라도 늦으면 엉뚱한 곳을 건드릴 수 있는데, 우리 기술은 지연이 거의 없어 그 위험을 줄입니다."
 
이비인후과 내시경, 치과의 3D 구강 스캐너를 무선 휴대형으로 만든 사례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패널 검사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포고핀을 패널마다 일일이 갖다 대 신호를 확인합니다. 검사할 패널이 워낙 많죠. 무선으로 지나가면서도 신호가 잡히게 하면 대량 검사 장비에 그대로 넣을 수 있습니다."
 
기술의 정점이 어디냐는 질문에 그는 '완전 무압축'을 짚었다. "초고화질 영상을 압축하지 않고 그대로 무선으로 쏘는 건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습니다. 압축을 하면 그 과정에서 지연과 화질 손실이 생기는데, 우리는 무압축에 빔포밍으로 간섭까지 잡아 그 둘을 동시에 해결했습니다."
 
그렇다면 양산은 언제인가. 박 대표는 '싱글런(single run)'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팹리스는 공장이 없어 외부 파운드리에 칩을 맡겨 찍어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물량만 전용으로 찍어 가져오는 단계를 싱글런이라고 불러요. 올해 그 싱글런까지 가는 걸 목표로 로드맵을 짰습니다."
 
다만 WV6 칩의 양산까지는 자본이 더 필요하다는 게 그의 솔직한 진단이다. "양산을 해서 안정성과 성능을 직접 보여줘야 다음 고객도, 다음 투자자도 설득됩니다. 그래서 후속 투자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올해 초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 항공우주 기업이 와이젯의 칩을 들여 PoC(개념검증)에 착수했다. 사명 공개는 아직 어렵지만, 검증의 주체가 그만한 무게를 갖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남은 건 이 검증을 실질적인 설계 채택(design-win)으로 잇는 일이다.
 
 
 
CES 2026에 참가한 와이젯 부스에서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가 박철순 대표다. | 제공 - 와이젯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연결'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공학 연구가 논문이나 특허로만 끝나면 안 됩니다. 실제 제품으로 구현돼 사람들에게 가치를 줘야죠." 그는 "AI가 현실과 점점 더 밀접해지는 시대에, 와이젯은 그 연결을 '무선'이라는 형태로 실현할 것"이라며 "사람과 기기, 세상을 하나로 잇겠다"고 말했다. 와이젯은 36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직원 21명 중 18명이 연구 인력으로 1/3 이상이 KAIST 등 과기원·서울대·연세대 출신 석·박사다.
 
결국 지금 와이젯이 선 자리는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구간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언제 어디에 얹느냐의 구간이다. 성능은 이미 검증됐고, 남은 변수는 양산과 적용의 시간표다. 자사 전용 양산, 즉 싱글런을 현실화할 후속 투자가 바로 다음 관문이다.